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일의 뒷덜미를 잡았다.

영하 12도.

 

많은 꽃눈들이 부풀어 오르는데 느닷없이 강추위를 맞았다.

이럴때가 가장 긴장된다.

보통 겨울의 기온이라면 대수롭지 않았을텐데

2~3주간 봄같은 날씨가 계속되다 물이 오르는 상태에서

맞는 추위는 심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낮부터 날이 풀렸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로 밀렸던 전정 작업을 했다.

이것도 하루 이틀에 끝날일이 아니다.

한번에 전정을 끝낸다는 것이 경험이 미숙한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밑둥에서 올라온 불필요한 가지를 자르고

나무 중앙으로 뻗어나온 가지를 먼저 잘랐다.

 

나무위에서 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꽃눈이 없거나 도장한 가지는 강하게 전정을 했다.

잔가지가 많은 것은 하나 걸러 하나씩 잘랐고

가지가 없이 줄기에 붙어 있는 꽃눈도 따내었다.

 

아래쪽으로 처진 생선가시 같은 여린 가지는

과감히 몽땅 잘라냈다.

 

이렇게 한 나무를 붙잡고 위 아래로 훑어내려 보기를 여러번 반복하니

목이 아프고 토할 것 같다.

 

세심한 전정을 하려면 적어도 10분은 걸리는 것 같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번에 전정을 끝내기 보다는

대충 대충 자르고 한바퀴 돌아 다시 자르고

다시 돌아 자르는 세번의 전정작업이 나을 듯 싶다.

 

전정을 할때면 나무를 세심하게 살필 수 있어

나무의 상태가 어떤지 수확량은 얼마나 되는지 예상도 가능하다.

부실한 나무를 볼 때면 속이 상하고

충실한 나무를 볼 때면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견학을 오신 분을 접대하느라 예정일의 1/3도 끝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