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까워졌다.

하우스 천창과 측창 모두 개방해도 30도를 훌쩍 넘었다.

자동으로 환풍기가 돌아가도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조생종은 수확이 한창이고

만생종까지 착색이 시작되었다.

 

블루베리 시즌도 가까워졌다.

블루베리 유통과 관련된 분들이 두팀이나 다녀갔다.

 

지난 몇 년동안 유통업자들을 만난적이 있으나

정작 유통업자에게 물건을 넘긴 적은 거의 없다.

차라리 경매시장을 택하는 것이 깔끔했기 때문이고

기왕이면 직판이나 인터넷 판매로 출하했기 때문이다.

 

한 분은 몇 번이나 농장을 방문해 주었고

상세한 상담과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늘 얘기를 나누웠다.  

다른 분들과 조금은 다르게 느꼈기에

흔쾌히 샘플을 드렸다.

 

늘상 유통업자들이 그랬듯이 뒷말이나 트집이 없었으면 한다.

 

또 다른 분은 처음부터 블루베리 수확량과 단가만 물었다.

어떤 품종인지도 묻지 않았고

선별과정이나 출하 방법도 물어오지 않았다.

그저 올해 블루베리 단가가 지난해 보다 훨씬 못할 것이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들은 2009년도 최저가격과 2010년 지난해 최저가격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에게 줄 것이 한알도 없다.

 

충청도 말로..."냅둬유~~"

 

 

난 이런 품종을 단순 유통업자에게 넘기고 싶지 않다.

내가 선택한 품종은 나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블루베리를 싸고도 많이 구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널렸다.

그곳엔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는 대량으로 물량 공세할 능력이 없다.

그저 적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블루베리를 생산하고 싶은 것 뿐이다.

언제 누가 알아 줄지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블루베리는

당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그런 블루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