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날이 계속이다.

나무 사이를 이리 저리 헤매다니며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열매를 따자니

땀이 흘러 사타구니가 쓰라렸다.

나무들도 출산의 고통과 더위에 지쳐 힘이 없어 보인다.

 

가온 하우스는 끝물이 되어 열매들이 작아졌다.

아직은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장마가 오기전에 수확이 끝이 날 것 같다.

더 이상 기다릴 것 없이

하우스의 비닐을 걷어냈다.

시원한 바람과 밝은 햇살에 나무들이

금새 생기를 찾는 것 같다.

 

상처만 남은 나무들도 이젠 쉴 수 있게 되었다.

 

예상했던 수확량과 별 차이가 없어

다행이다 싶지만 출하가격이 하락하여

수익성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시설비와 기름값을 제외하면

노지 재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가온 하우스는 한창 익어가는 열매들이

축축 늘어져 빨리 따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온 하우스의 수확에 밀려

수확이 조금 늦어졌다.

 

작년 여름의 고온장해와

지난 겨울의 강추위 등으로

무가온하우스의 수확예상량은 작년보다 못할 것 같다. 

 

수확량이 적어지면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다행이다.

수확보다는 나무를 돌보는 것이 훨씬 재미가 있다.

 

내년에는 수확시기에 밭떼기로 넘겨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