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도 왔다.

이슬비도 왔다.

보슬비도 왔다.

가랑비도 왔다.

소나기도 왔다.

 

오늘 하루 비의 종류를 모두 경험한 편안한 날이다.

 

비가와서 그런지 찾아 온 손님도 없었다.

토요일이라 과일 출하도 없고 택배도 없다.

전화만 몇 통 있었다.

이렇게 한가한 날이 얼마만인지....

 

집사람과 둘이서 오붓하게 블루베리를 심었다.

소나기만 피했다.

안개비,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가 내릴 때 심었다.

그래도 오늘만 80여주를 심었다.

언제까지 나무만 심을 거냐고 핀잔을 주는 집사람이 열심히 도와주었다.

 

틈을 내어 둘이서 블루베리 품종별 맛 평가도 했다.

아직은 수량이 적어 농장의 메인 품종이 아니지만

선별된 품종은 타 품종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을 냈다.

집사람도 나와 같은 맛을 느꼈다.

흡족한 표정이다.

 

선별된 품종들로 모두 교체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품종을 선발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보다 더 좋은 또 다른 품종이 있다면

언제든지 교체할 것이다.

그래서 난 항상 일이 많다.

 

오늘 같이 조금만 한가해져도 어색하다.

 

빗속을 뚫고 풍기는 아카시아 향기는

머리속까지 맑게 해주었다.